728x90
아직도 둠벙
마경덕
잠잘 때도 둠벙의 지느러미는 자라고 있었다
물풀 사이로 뛰어든 돌맹이에 맞아
물의 힘살이 오그라들고
파닥파닥 물속에서 꽃이 피었다
눈둑길 옆 둠벙의 뿌리는 구지레한 물풀과 자잘한 금붕어들
발소리에 속아
내뱉은 물방울을 물고 사라지던 그 허전한 뒷모습들
빈집처럼 수면이 닫히면
곁에 앉은 냉이꽃 모가지들 똑똑 따서 던졌다
저것들 무얼 먹고 사나
하굣길 논둑에 앉아
도시락에 남은 식은밥 한 술 던져주면
밥풀때기에 요동치던 둠벙의 꼬리가 칸나처럼 붉었다
물 위를 걷는 바람의 발끝이 언뜻언뜻 바치는 날
뜨거운 이마에 손을 앉어주던 서늘한 물의 손
그때 알 수 없는 설렘이 물풀을 흔들고
물비린내에 부푼 오후의 물빛이 가라앉던 둠벙
쌀붕어 한 마리 물래 넣어준,
오래전 사라진
둠벙의 붉은 꽃을 나는 물이끼처럼 붙잡고 있다
ㅡ『상상인』(2021, 1월 창간호)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 밥통 /마경덕 (0) | 2021.02.23 |
---|---|
피아노 /박완호 (0) | 2021.02.23 |
주상절리 2 /전영모 (0) | 2021.02.22 |
북향 매화 /김형로 (0) | 2021.02.22 |
바닷가 마지막 집 /손음 (0) | 2021.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