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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이웃
최서진
슬픔은 하얀색으로부터 시작된다
수백 마리의 백로 떼가 날아오른다
붉게 익은 사람의 행방을 물고서
절망의 구간을 지나
먼 하늘로 새와 꽃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마음이 붉은 날은 통제력을 잃는다
이것은 우리라는 감정의 문제
조각난 보도블록을 이어 붙이며
불빛으로 가득 찬 끝나지 않는 길을 이어간다
붉은 신호등에도 멈추지 않던 눈먼 날개를 달기 위해
노을 핀 들판은 쓰러지기 위한 모래사장과
외우지 못한 계절입니까
보리알이 굵어지는 소만을 지나
온도가 다른 여러 개의 원이 그려진 표면을 지나
흰 이슬이 내린다
⸺계간 『시로 여는 세상』(202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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