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먼 이웃 /최서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2. 2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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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이웃

 

최서진

 

 

슬픔은 하얀색으로부터 시작된다

수백 마리의 백로 떼가 날아오른다

 

붉게 익은 사람의 행방을 물고서

절망의 구간을 지나

먼 하늘로 새와 꽃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마음이 붉은 날은 통제력을 잃는다

이것은 우리라는 감정의 문제

 

조각난 보도블록을 이어 붙이며

불빛으로 가득 찬 끝나지 않는 길을 이어간다

붉은 신호등에도 멈추지 않던 눈먼 날개를 달기 위해

 

노을 핀 들판은 쓰러지기 위한 모래사장과

외우지 못한 계절입니까

 

보리알이 굵어지는 소만을 지나

온도가 다른 여러 개의 원이 그려진 표면을 지나

흰 이슬이 내린다

 

 

 

⸺계간 『시로 여는 세상』(202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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