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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연애였으니까
박정남
온 천지가 분홍 꽃으로 물든
이곳이야말로 망망대해 무릉도원인
청도 복숭아밭
차에서 내려 많이 상기된 얼굴로
그 나무들 아래 서니
복숭아꽃 회음부가 발갛게 가랑이를 벌려놓고
벌들이 잉잉거리고
일용직 여자들은 벌써 농가의 나무들 위에 올라
그 회음부의 고운 속을 즐길 틈도 없이
우선 촘촘하게 앉은 꽃들을 솎아 내었어요
하지만 많은 꽃은 아직 수정을 못해
촉촉하게 젖은 채로 유혹하고 있고
어떤 꽃은 지아비인 벌들이 다녀간 듯
담담하게 앉아 있었어요
또 한 가마 부대가 내렸어요
청도 복숭아밭은 망망대해
봄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어요
하니, 바람에 꽃들은 수정을 다 마쳤을까요
나이 지긋한 여자들은 상품이 되는 큰 복숭아를 위해
보다 촘촘하게 앉은 꽃들을 솎아내었어요
물이 많은 복숭아, 껍질을 벗겨 한입 깨물다 보면
손이 다 젖는 복숭아, 그건 달콤한 연인이었으니
⸺월간『현대시』(2020,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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