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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예뻤던 봄
손순미
문을 닫은지 오래인 카페 앞 자목자목 목련이 지고 있다 목련이 죽음의 향기를 내지른다 아무도 몰래 예뻤다가 색종이처럼 떨어져 내리는 목련,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나 여기 목련이 지고 있어, 누가 확성기 좀 빌려줘요! 나는 트럭을 얻어 타고 마을을 돌며 목련의 임종을 알려야 하리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나 목련은 저 혼자 예뻤다가 어두운 카페 유리창에 제 몸을 비춰본다 화려한 누더기를 걸치고 있는 목련의 울음이 흑흑, 떨어져 내린다 화양연화의 시절이 간다 나무 절벽 아래 떨어져 내리는 것이 있다 치마가 거꾸로 뒤집힌 채 낙화하는 헝겊 인형의 추락사를 본다
목련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푯말을 내걸었던 한 장의 봄날이 저만치 간다 나는 아무도 없는 카페의 목련밭에 서서 허전한 목덜미를 자주 만져본다
ㅡ격월간『현대시학』(2020, 9~10월호)
2021년 3월 4일 오전 11시시 8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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