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후레자식
오봉옥
울 아덜은 하늘이 내린 자석이어라우
울 어매 날 두고 단 한번도
당신이 낳은 자식이라 하지 않았네
내가 사고 쳐 속 썩일 때에도
회초리 대신 눈물 글썽거리시며
태몽이야길 꺼내곤 했지
글씨, 마당에 비양기 한 대가 떨어졌시야
근디 그 비행기 사다리를 볿고
학 한 마리가 영판 멋드러지게 내려오드라
그게 니다
긍께 넌 하늘이 내려준 자석 아니냐
그런 울 어매 돌아가셨는데
난 참 좋네
밤인지 낮인지도 모르고 전화하던
치매 걸린 어매 목소리 듣지 않으니 좋고
이젠 가슴 졸이며 잘 일도 없으니
이보다 더 홀가분 할 순 없네
―계간『시와시학』(2020, 겨울호)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대한 밭 /손음 (0) | 2021.03.12 |
---|---|
슬픔을 커트하다 /신재희 (0) | 2021.03.12 |
소쩍새 울다 /권달웅 (0) | 2021.03.09 |
벚나무에 묶이다 /김경호 (0) | 2021.03.08 |
쌍둥이 /길상호 (0) | 2021.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