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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 무렵
하순희
꽃 피듯 들끓는 맘 찻잔을 받쳐 들면
김 오르는 물소리 설움도 녹아들고
종아리 멍든 길들이 살아있어 괜찮다고
다독이듯 속삭이듯 창문을 적시는 비
적막을 지우려고 미닫이문을 슬쩍 밀면
우우우 기다렸다는 듯 밀려오는 바람소리
먼 어둠 건너가며 면벽하는 책장 사이
긴 밤 홀로 벙그는 청매 같은 눈이 있어
헛헛한 빈손 감싸며 빗속을 걸어간다
ㅡ『시조21』(2021,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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