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춘분 무렵 /하순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3. 2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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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 무렵

 

하순희

 

 

꽃 피듯 들끓는 맘 찻잔을 받쳐 들면

김 오르는 물소리 설움도 녹아들고

종아리 멍든 길들이 살아있어 괜찮다고

 

다독이듯 속삭이듯 창문을 적시는 비

적막을 지우려고 미닫이문을 슬쩍 밀면

우우우 기다렸다는 듯 밀려오는 바람소리

 

먼 어둠 건너가며 면벽하는 책장 사이

긴 밤 홀로 벙그는 청매 같은 눈이 있어

헛헛한 빈손 감싸며 빗속을 걸어간다

 

 

 

『시조21』(2021,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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