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후욱, 갔다 /서일옥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3. 26. 15:49
728x90

후욱, 갔다

 

서일옥

 

 

갑자기, 느닷없이 사라졌다. 화면이

도대체 누가 불러 후욱 가버렸나

유언도 없이 떠나신 아버지의 마지막처럼

 

단검을 갈면서 꼭 할 말 있었는데

세상이 뭐 이러냐고 따져보고 싶었는데

대답할 용기가 없어 그냥 문을 닫은 걸까?

 

사방천지 빛은 없고 각이 진 벽 속에서

삼켜야 할 말들만 씩씩대는 이 세상에서

사라진 화면을 보며 멍하니 앉아 있다

 

 

ㅡ『오늘의시조』(2021, 제15호)

'시조♠감상해 보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가 섬이라면 / 고성기  (0) 2021.03.29
제부도 바닷길 /한미자  (0) 2021.03.27
울음을 위하여 /박명숙  (0) 2021.03.26
병아리 배달부 /유순덕  (0) 2021.03.25
목련 /박미자  (0) 2021.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