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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록원에서
정진용
대나무 마디마다 곳간 있어
곳간마다 바람 그득합니다
멀리서 가슴 에인 사람 찾아오면
동행하면서 그 날숨 맡은 바람이
사람 앞질러 그 아픔 대숲에 알리고
모든 대나무는 마디마디 빗장 풀어
홧홧 가슴 솨 솨 쓸어주는데
대나무 마디마다 텅텅 배려없었다면
세상 서러운 사람 눈물 뿌릴 때
함께 울어줄 바람 간수 못 했을 터,
남몰래 풀어야 할 서러움이나
홀로 삭여야 할 느꺼움 있다면
그대, 가까운 대숲 찾으시지요
마디마디 여백 널따란 대나무는
멀리서부터 그대 습한 눈빛 알아보고
솨 솨 솨 가슴 먼저 달래줄 테니,
마디마디 그대 울음 거둬
땅 속 깊숙이 잘 묻어줄 테니
ㅡ시집『버릴 게 없어 버릴 것만 남았다』(바른북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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