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숨 /류근홍/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3. 3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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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홍

 

 

더 이상 어떻게 멈출 것인지를 생각하지 말자

숨은 서 있거나 앉아있어도 쉬고 있다

 

움푹 파인 눈과 다 빠져버린 머리카락으로

글썽거리며 올려다보는 하늘은

불행한 신의 숨구멍

 

오랫동안 투병으로 모두가 내 곁에서 멀어졌다

응어리진 아픔을 뼛속에 집어넣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햇살을 불러 예의를 갖춘다

 

그동안 불어왔던 비바람은

영원의 먼 끝을 만지작거리고

그 끝에서 주검의 꽃을 피운다

 

숨을 쉬고 있는 숨

눕지 않고는 데려갈 수 없는 밤

오늘도 멈추지 않고 여지없이 오고 있다

 

 

 

시집고통은 나의 힘』(문학의전당,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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