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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류근홍
더 이상 어떻게 멈출 것인지를 생각하지 말자
숨은 서 있거나 앉아있어도 쉬고 있다
움푹 파인 눈과 다 빠져버린 머리카락으로
글썽거리며 올려다보는 하늘은
불행한 신의 숨구멍
오랫동안 투병으로 모두가 내 곁에서 멀어졌다
응어리진 아픔을 뼛속에 집어넣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햇살을 불러 예의를 갖춘다
그동안 불어왔던 비바람은
영원의 먼 끝을 만지작거리고
그 끝에서 주검의 꽃을 피운다
숨을 쉬고 있는 숨
눕지 않고는 데려갈 수 없는 밤
오늘도 멈추지 않고 여지없이 오고 있다
ㅡ시집『고통은 나의 힘』(문학의전당,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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