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꽃짐 지고 걷다 /지시연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4. 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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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짐 지고 걷다

 

지시연

 

 

삶이 시작된

기억의 첫 자리로 거처를 옮기고

등불을 들고 걷는 길이라 해도

무게를 감당할 만큼의 수고는

저마다의 몫으로 오늘을 채워가네

 

너의 곧음이 나의 겸손이 되어

시간이 녹아든 자리

풀물 드는 나의 수도는 향기로 피고

풀 속에서 꽃을 보고 꽃은 나를 보고

 

새들보다 이른 찬미는 내 등을 적시고

우리는 어떤 무게라도 꽃 짐이라 말하며

당신을 향해 부는 바람처럼 살고 싶네

 

 

 

ㅡ시집『꽃 짐 지고 걷다』(시와시학,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