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바둑 두는 남자 / 김샴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4. 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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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두는 남자

 

김샴

 

 

쉰다섯의 전장까지 판판이 패자였다

실패한 한 중년의 마지막 한 판 승부

밀리면 더 갈 곳 없는 종점에 서 있었다

 

이겨도 얻어내는 전리품은 없었지만

함몰된 눈알 가득 불꽃들 살아 튄다

세상에 남길 유흔이 살아있는 눈빛이듯.

 

마지막 외통수가 비수로 남았을 때

찌르지 못한다면 찔려야 했었기에

파르르 손이 떨리던 일대기가 끝났다.

 

여름옷 입은 채로 한 겨울에 발굴됐다

바둑 두는 남자의 노숙터 부장품은

살아서 빛나던 한때 아버지란 칼 한 자루.

 

 

 

― 객동인 제1집『로그인에서 로그아웃까지』(2021, 고요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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