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사계첩운四季疊韻
오세영
봄
어제란 듯 앙상하던 매화 여린 가지들이
이 아침 거짓처럼 꽃망을 터트렸다.
봄에는 없었던 것도 눈에 뵈니 봄이다.
여름
무더위에 지치면 누구나 창문 열고
활활 부채질로 흘리는 땀 식히노니
여름은 그 무엇이든 열어 제쳐 여름이다.
가을
하늬바람 건듯 분 뒤 온 뜰이 낙엽이다.
잎이 진 나무들만 스산하게 서 있구나.
가을 떠나야 할 때를 알고 가니 가을이다.
겨울
강추위에 얼어붙어 온 세상이 빙판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차고 맑은 유리벽뿐
거기에 내 참모습 비치니 겨울은 겨울이다
―『화중련』(2021. 상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