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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함
이송희
몇 년째 그녀 방엔 고지서만 쌓여갔다
전기세와 가스비에 혼잣말과 한숨까지
우표도
안 붙인 안부들이
먼지처럼 쌓인다
실시간 부는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자
창 틈새로 들어오는 시큼한 울음소리
서서히 그리운 것들을
가슴에 넣을 때다
먼지 낀 거울 속에는 헝클어진 문장들
말을 잃은 노인이 우두커니 앉아 있다
오늘도 침묵 하나가
고딕체로 늙어간다
ㅡ시조집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시인동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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