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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유진
척이 걸어가네
턱은 약간 위로 시선은 아래 사선으로
등 어깨 목을 최대한 곧추세운
척들은 하나같이 독일 병정이 되네
힘센 투명 줄을 잡은
척과 척의 비밀 쉬 쉬
둘이 되고 넷이 되고 여덟이 되고
척을 가르면 쏟아지는 표정들
사랑인 척, 아닌 척, 궁금한 척, 놀라운 척, 모르면서 아는 척, 알고도 모르는 척, 척, 척들
척이 마을을 이루네
척이 척을 갉아 먹네
아이가 부모를, 부모가 아이를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사람이 사람을 갉아 먹네
깁스를 한 척들이 아슬아슬 걷네
다물지 못하는 입들이 뭉게구름이네
ㅡ시집『척』(시와시학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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