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애감자
홍사성
민들레 모가지 꺾어보면 안다
하얀 피 꾸역꾸역 쏟아내지 않더냐
목숨이란 그런거다
개미가 왜 발바닥 부르트도록 도망가고
멧새는 왜 깃털 떨구며 날아가겠느냐
열흘 굶어 담 넘지 않을 사람 없다
오죽하면 애감자를 팠겠느냐
살자고 한 일, 너무 나무라지 마라
그렇게 오뉴월에 닭 잡듯 닦달하면
그 업 네 자식에게 넘어갈지 누가 아느냐
감자 몇 알 더 얹어서 보내거라
잘했다, 참 잘했다
이제야 너도 새끼 키우는 어미 같구나
감자꽃 피는 초여름이면 오늘 일
저 아이도 오래오래 잊지 못할 게다
강릉 보현사에 불공 다니시던
외할머니 생각하면 떠오르는 모습입니다
ㅡ시집『터널을 지나며』(책만드는 집, 2020)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의 /이명윤 (0) | 2021.05.05 |
---|---|
화이트 엘리펀트 /유용주 (0) | 2021.05.05 |
척 /유진 (0) | 2021.05.04 |
메밀밭 에피그램* /류미월 (0) | 2021.05.04 |
시인학교 /오성일 (0) | 2021.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