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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이명윤
이렇게 함께 누워 있으니
비로소 운명이란 말이 완전해집니다
당신을 향한 모든 절망의 말들이 내게로 와
흰 눈처럼 쌓이는군요
나는 철없는 신부처럼 아름다운
죽음을 얻어 살아있습니다
가장 적극적인 자세의 천장이
지켜보는 봄날의 오후,
문밖에는 꽃과 새들과 바람이 서성이다
돌아가겠지요
전신 거울을 볼 수 있을까요
공원 호숫길도 궁금한 날
멀뚱멀뚱 나는 두 눈을 뜨고
거룩한 당신이었다가
우스꽝스러운 나입니다
이것은 농담에 가깝습니다
나는 나로부터 멀리멀리 걸어가야 합니다
자꾸만 삶을 향해 흔들리는 나를 잊으려
당신을 따뜻하게 안습니다
그러니까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죽음이 슬픔을 우아하게 맞이하도록,
태도는 끝까지 엄숙하게,
ㅡ계간『창작과비평』(2021,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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