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내 이름 아시죠 /김승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6. 17.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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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아시죠

 

김승희

 

 

내 이름 아시죠

눈보라 치는 언덕에 묻혀 있어요

이름 없는 구근(球根), 조마조마

두 눈을 감고

긴 겨울의 어둠 속에 알몸을 파묻고 숨만 쉬면서 죽은 듯이 있죠

내 이름 아시죠

 

이름은 천국의 뒤에 오고

생일은 지옥의 앞에 오죠

잠깐 현관에 멈춰서서

왜 태어났을까

어떻게 죽을까

그런 것만 고민하다 보면 가족도 친구도 잃어버리고

꽃병은 말 못할 파란 심장으로 가득 하죠

 

내 이름 아시죠

무덤을 열고 나와

흘러넘치는 수선화의 물결을 지나

아니, 아니, 아니요

누군가 골목에 내놓은 하얀 연탄재 구멍 속에

조마조마 샛노란 손을 꽂아 놓았죠, 내 이름 아시죠

 

 

 

계간미네르바(202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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