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줄에 관한 생각 /박주하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6. 1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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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에 관한 생각

 

박주하

 

 

거문고에 줄이 없었다면

누가 줄을 튕겨 심연을 건드려 보았을까

 

어미가 줄을 놓아주었으니

새끼도 그 줄을 타고 지상에 발을 들였겠지

 

탯줄을 감고 노래 부르고

탯줄을 타고 춤을 추고

한 올 한 올

서로를 튕겨주는 믿음으로 즐거웠으나

 

약속에 매달리고

관계에 매달리고

 

그 줄 점점 얇아지고 가늘어졌으니

돌아갈 길이 멀고도 아득하여라

 

몸으로 엮었던 줄을 마음이 지워버렸네

 

서로에게 낡고 희미해져

먼지처럼 가늘어진 사람들

 

요양원의 투명한 링거줄에 매달려있네

잃어버린 첫 줄을 생각하네

 

 

시집없는 꿈을 꾸지 않으려고(걷는사람,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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