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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에 관한 생각
박주하
거문고에 줄이 없었다면
누가 줄을 튕겨 심연을 건드려 보았을까
어미가 줄을 놓아주었으니
새끼도 그 줄을 타고 지상에 발을 들였겠지
탯줄을 감고 노래 부르고
탯줄을 타고 춤을 추고
한 올 한 올
서로를 튕겨주는 믿음으로 즐거웠으나
약속에 매달리고
관계에 매달리고
그 줄 점점 얇아지고 가늘어졌으니
돌아갈 길이 멀고도 아득하여라
몸으로 엮었던 줄을 마음이 지워버렸네
서로에게 낡고 희미해져
먼지처럼 가늘어진 사람들
요양원의 투명한 링거줄에 매달려있네
잃어버린 첫 줄을 생각하네
―시집『없는 꿈을 꾸지 않으려고』(걷는사람,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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