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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 물질 명사
윤금초
밀대 끝에 피어오르는 오방 색상 비눗방울
짧고 짧은 그림자를 음표처럼 찍어낼 쯤
깨금발 서리까마귀 땅거미를 쪼고 있다.
백야白夜의 박명薄明인가? 우중충 잦아든 거리
한 단계 낮은 음계로 짙어지는 어둠 속에
적의敵意의 비적 떼 바람 벼린 칼날 허공 가른다.
눈 뜨고는 왜 못 봤을까, 눈 감은 뒤 형형한 빛.
선하품 지긋 깨물고 물질 명사 만지는 저녁
샛강 물 헐린 입술로 바람벽을 핥는다.
―『정형시학』(202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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