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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이우걸
몇 번이고 주저했던 노트북을 구입한 뒤로
내 작품의 수공업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
그 많은 파지를 먹던 휴지통도 조용하다
마감에 쫓기며 비재菲才를 원망하며
밤새도록 썼다 지우던 추억들도 사라지고
요즘은 나도 모르는 시어들이 튀어 나온다
쉽게 쓸 수 있다는 것이 과연 효율일까
눈에 익기도 전에 보내버린 작품들을
화면에 다시 띄워 놓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시조시학』 (2021.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