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2퍼센트 동화 /김은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7. 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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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퍼센트 동화

 

김은후

 

 

  태초에 술 한 모금이 있었다

 

  촘촘히 밀봉해도

  빠져나가는 2퍼센트의 취기가 있다

  지고 가지는 못해도 마시고 가라면 다 마실 수 있다던 작은아버지의 변명

  술버릇을 만나는 순간

  불콰한 흥이 되기도 온갖 욕설이 되기도 하지

  벌겋게 달아오른 광기 속, 가끔 제정신이 들 때도 2퍼센트라 하자

 

  비가 오고 우묵한 데 물이 고였다 버찌가 떨어지고 2퍼센트 주정이 숨어들었다 사슴이 와서 불안을 마시고 갔다 뿔이 한바탕 노래를 불렀고 노래에선 진한 벚꽃 냄새가 났다 동무들 데려와 홀짝홀짝 들이켜고 궁둥이를 맞대고 춤을 추었다 구름으로 잘 덮어두고 다시 찾은 주점에 술이 사라졌다 뿔들은 구름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건 천사의 몫이야

  다시 비를 기다리고 버찌를 기다려야 해

  한 해를 기다리라고!

  뿔들은 뛰어가며 술,술,술 했다

 

  마지막까지 술이 가득 차 있던 작은아버지 몸에서

  생전이 빠져나갔다 우리는

  누구도 만나지 않은 발효 기간과

  선량한 2퍼센트와

  취기의 독과

  천사의 몫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시집『2퍼센트 동화』(한국문연,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