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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도 나는 사람이다
안태현
어딘지 모를 지금에 이르러 사랑을 잃어버리고
뒤돌아보는 법도 잊어버리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밤이다 가끔 어둡게 걸었던 길이나 떠올리면서 생각을 다 쓴다
잠이 들지 않으면
달빛이 희미하게 부서져 내리는 걸 보고
내 여린 박동이
검은 풀잎에 내려앉는 것을 본다
읽을 수 있으되
지금이란 시간은
당신이 보낸 편지가 아니다
하마터면 후회할 뻔했으나 명백하게 혼자다 그리고 마침내 음각으로 새겨지겠지만
최근에도 나는 사람이다 사람이게 하려고
웃고
잊어서는 안 되는 몇 가지를
울고
성의껏 먹는다
태어나는 동시에 날아가 버린 아름다운 목소리를 찾아서
검은 풀잎 위를 걷는다
―시집『최근에도 나는 사람이다』(상상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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