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최근에도 나는 사람이다​ /안태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7. 24. 18:36
728x90

최근에도 나는 사람이다

 

​안태현

 

 

어딘지 모를 지금에 이르러 사랑을 잃어버리고

뒤돌아보는 법도 잊어버리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밤이다 가끔 어둡게 걸었던 길이나 떠올리면서 생각을 다 쓴다

 

잠이 들지 않으면

달빛이 희미하게 부서져 내리는 걸 보고

내 여린 박동이

검은 풀잎에 내려앉는 것을 본다

 

읽을 수 있으되

지금이란 시간은

당신이 보낸 편지가 아니다

 

하마터면 후회할 뻔했으나 명백하게 혼자다 그리고 마침내 음각으로 새겨지겠지만

 

최근에도 나는 사람이다 사람이게 하려고

 

웃고

잊어서는 안 되는 몇 가지를

울고

 

성의껏 먹는다

 

태어나는 동시에 날아가 버린 아름다운 목소리를 찾아서

검은 풀잎 위를 걷는다

 

 

―시집『최근에도 나는 사람이다』(상상인, 2021)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옥탑방 /구봄의  (0) 2021.07.24
결초보은結草報恩 /방윤후  (0) 2021.07.24
발목 /안태현  (0) 2021.07.24
사람이라서 미안하다 /김기산  (0) 2021.07.24
적당함의 거리 /김기산  (0) 2021.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