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그 시절, 며느리 밥풀꽃 /김정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8. 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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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며느리 밥풀꽃

 

김정희

 

 

어화롱 어화롱 상여꽃이 아른거린다

해마다 지은 농사 공출供出에 다 빼앗기고   

풀뿌리, 나무껍질로 모진 목숨 이어갈 때

 

종살이 삼십 육 년간 부황 들어 넘던 고개 

이붓어미 등살은 양식, 세간 다 털어가고

주린 배 움켜쥔 설움, 풀국새도 목이 메었다

 

며느리는 많은 식구 허기 면해 주려고

자신은 물만 마시고 숨을 거둔 이듬해,

머리에 흰밥을 이고 논두렁에 앉았다네

 

 

 

―시집『복사꽃 그늘 아래』(고요아침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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