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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며느리 밥풀꽃
김정희
어화롱 어화롱 상여꽃이 아른거린다
해마다 지은 농사 공출供出에 다 빼앗기고
풀뿌리, 나무껍질로 모진 목숨 이어갈 때
종살이 삼십 육 년간 부황 들어 넘던 고개
이붓어미 등살은 양식, 세간 다 털어가고
주린 배 움켜쥔 설움, 풀국새도 목이 메었다
며느리는 많은 식구 허기 면해 주려고
자신은 물만 마시고 숨을 거둔 이듬해,
머리에 흰밥을 이고 논두렁에 앉았다네
―시집『복사꽃 그늘 아래』(고요아침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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