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 / 소년원의 아이가 쓴 시 '아프지 마'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 / 소년원의 아이가 쓴 시.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 / 소년원의 아이가 쓴 시 '아프지 마'
아프지 마
환
누군가에겐 그립고
누군가에겐 따뜻한
나에겐 가슴 아픈 한마디
내 아들 아프지 마
지금은 듣지 못할 한마디
내 아들 아프지 마
너무 아파서 하늘나라로 가버린 아빠
때늦은 지금
가슴 치며 외쳐본다
아빠도 아프지 마
―소년원 친구들의 시 모음집 『꿈을 향하여 날아오르다』(한들출판사, 2014)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 / 소년원의 아이가 쓴 시.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해설>
경기도 의왕시 소재 고봉중ㆍ고등학교는 겉으로 보면 여느 고등학교와 다를 바 없지만 교문이 늘 닫혀 있는 것이 이 학교를 모르는 이에게는 이상하게 비칠 것이다. 소년원이어서 철문을 누군가 열어줘야 들어갈 수 있다. 여기에서 적게는 6개월, 많게는 3년을 살아야 하는 아이들의 시를 모아 시집을 냈으니 『꿈을 향하여 날아오르다』와 『씨앗을 심는 아이들』이다. 네 차례 가서 시 쓰기 특강을 했다. 시 모음집 심사도 했다.
이 시를 쓴 아이의 아빠는 저세상에 가고 없다. 아이가 아팠을 때 자주 해준 “내 아들 아프지 마”라는 아빠의 말을 아이는 지금 들을 수 없다. 영영이별이 이루어진 것은 아이가 소년원에 왔기 때문이 아니라 아빠가 “너무 아파서 하늘나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아이는 때늦은 지금, 후회하면서 외쳐본다. “아빠도 아프지 마”라고.
시의 존재 이유를 감정의 전달과 그 감정의 깊이에 있다고 본 동양의 시관으로 본다면 이 시는 상급의 시고, 기교의 유무에 있다고 보는 현대시의 관점에서 본다면 하급의 시다. 신기해야 하고 기발해야 하고 애매해야 한다는 현대시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시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시에 큰 감동을 받았다. 아이의 진실된 마음이 내 가슴을 전율케 했다. 이 시를 어느 자리에서 낭독하다가 하늘나라로 가신 내 아버지가 생각나 울먹였더니 참석한 모든 사람이 눈물을 닦았다. 이 사실을 소년 환(닉네임이다)은 전혀 모를 것이다.
사고뭉치들을 모아놓으니 그 안에서 또 사고를 친다. 징벌방으로 포승줄에 묶여 끌려가던 한 소년의 무표정한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분노도 사라진 그 얼굴, 소년의 얼굴에서 표정을 지운 것은 소년에게 무관심했던 부모님이 아니었을까. 꾸지람을 했던 선생님이나 집단 따돌림을 했던 급우들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환이는 아버지가 안 계셔서 외롭다. “너무 아파서 하늘나라로 가버린 아빠”를 “가슴 치며 외치”는 이 소년의 아픔이 진하게 배어 있는 이 시를 동시라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의 심금을 울렸기에 이 자리에 올려본다. 기교가 빼어나도 좋은 시가 될 수 있지만, 사람의 심금을 울릴 수 있으면 그것도 훌륭한 시가 아닐까. 환이라고 이름을 지은 그 소년이 지금 열심히 살아가고 있기를 빈다.
출처 : 뉴스페이퍼(http://www.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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