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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글이찌개
정희경
벗겨지고 구겨진 어제 같은 양은 냄비
새벽이 끓고 있다 오늘이 졸아든다
호명을 기다리고 선 인력시장 귀퉁이
처음부터 자작한 물 침묵에 사라지고
간이 밴 묵은지는 기다림이 뭉근하다
축축한 목장갑들이 연탄불을 둘렀다
짜글짜글 끓는 소리 웅성임도 식어간다
졸아들다 눌어붙은 벌건 양념 그 위로
눈발이 하얀 눈물이 사선으로 내린다
―시조집『해바라기를 두고 내렸다』(책만드는집,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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