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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펴도 문제다
임영석
오백 그루 배나무가 한꺼번에 꽃이 피면
칠순의 노부부가 중매쟁이로 둔갑하여
배꽃의 하얀 엉덩이 두드리기 바쁘다
아무리 민망해도 발정은 멈춰줘야
삶의 끈을 꼭 붙잡고 살아갈 수 있다고
빠알간 꽃술 가루를 덕지덕지 묻혀준다
그런데 이게 웬일, 배꽃이 너무 많다
벌 나비가 아니고는 해결할 수 없는데도
이마에 불을 매달고 밤낮으로 일을한다
칠순의 노부부는 꽃이 펴도 문제다
저도 젊은 아이 낳고 잘 살고 싶다는데
그 마음 모른 척하고 잠을 잘 수 없단다
―월간『한울문학』(2021,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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