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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가 지는 법
복효근
능소화는 그 절정에서
제 몸을 던진다
머물렀던 허공을 허공으로 돌려주고
그 너머를 기약하지 않는다
왔다 가는 것에 무슨 주석이냐는 듯
씨앗도 남기지 않는 결벽
알리바이를 아예 두지 않는 결백
떨어진 꽃 몇 개 주워 물항아리에 띄워보지만
그 표정 모독이라는 것 같다
꽃의 데스마스크
폭염의 한낮을 다만 피었다
진다
왔던 길 되짚어가고 싶지 않다는 듯
수직으로 진다
딱 거기까지만이라고 말하는 듯
연명치료 거부하고 지장을 찍듯
그 화인 붉다
―『실천문학』(2021,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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