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새의 길은 23번 국도에서 끊긴다 /정경화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0. 5. 17:36
728x90

새의 길은 23번 국도에서 끊긴다

 

정경화

 

 

어제의 그 길 따라 꽃은 계속 피는데

새끼 먹이 꽉 물고서 집으로 갈 뿐인데

한 순간 찢어진 날개, 가해자는 없단다

 

유유히 건너왔던 칼바람 긴 얼음골,

역류의 급물살에도 깃 다치지 않았었지

책임 질 자국도 없이 반짝이는 투명벽

 

살금살금 몰려들어 포식하는 들짐승과

함께 날고 싶은 꽃잎들의 위로 앞에

끊어져 모로 누운 길, 경적 소리 태연하다

 

 

 

―『시조21』(2021, 가을호)

'시조♠감상해 보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보름달 ―나의 나타샤에게 /성국희  (0) 2021.10.08
스몸비smombie /김미정  (0) 2021.10.08
퇴로 /하정절  (0) 2021.10.05
포겟 낫 ―엄마에게 쓰는 편지* /김영란  (0) 2021.10.05
얼쑤! / 송필국  (0) 2021.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