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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사용처
김제숙
한 자락 달빛 당겨 머리맡에 걸어두고
읽던 책 펼쳐서 떠듬떠듬 길을 가다
내 삶의 빈 행간 채울 밑줄을 긋는다
한눈팔다 깨진 무릎 상처가 저문 저녁
난독의 삶 어디쯤에 밑줄을 그었던가
헛꽃만 피었다 스러진 내 사유의 빈집
기울은 어깨 위에 허기 한 채 얹고서
다 닳은 더듬이로 하나씩 되짚어 가며
접어둔 밑줄을 꺼내 내 미망을 꿰맨다
―『홀가분해서 오히려 충분한』(문학의전당,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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