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쓰디쓴 /한상열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0. 22.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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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디쓴

 

한상열

 

 

칠월,

익모초 꽃이 필 때면 창문이나 옥상으로

자주 눈길 주며 굳은 결기를 보이던 사내

시위에 걸린 활처럼 팽팽한 화살촉이 되기도 했다

 

마음을 뒤집으면 꽃 필 수 있다고

또 다른 봄을 기대하지만

꽃피는 계절은 따로 있어

팔년 동안 쓴 줄기만 밀어 올린다

 

만개한 통증,

저 눔의 꽃대 잘라 버려야지

청산가리보다 독한 고통의 꽃

꺾어버려도 다시 자랄 다년생 병 줄기

깊이 박힌 뿌리 잡고 실랑이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여름의 시작은 어디고 어디가 끝일까

 

죽음보다 힘들었던 그해 초여름,

환장하게 짙어가는 녹음에 나는 시들고 있었다

 

 

 

―시집『가마우지 달빛을 낚다』(지혜,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