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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디쓴
한상열
칠월,
익모초 꽃이 필 때면 창문이나 옥상으로
자주 눈길 주며 굳은 결기를 보이던 사내
시위에 걸린 활처럼 팽팽한 화살촉이 되기도 했다
마음을 뒤집으면 꽃 필 수 있다고
또 다른 봄을 기대하지만
꽃피는 계절은 따로 있어
팔년 동안 쓴 줄기만 밀어 올린다
만개한 통증,
저 눔의 꽃대 잘라 버려야지
청산가리보다 독한 고통의 꽃
꺾어버려도 다시 자랄 다년생 병 줄기
깊이 박힌 뿌리 잡고 실랑이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다
여름의 시작은 어디고 어디가 끝일까
죽음보다 힘들었던 그해 초여름,
환장하게 짙어가는 녹음에 나는 시들고 있었다
―시집『가마우지 달빛을 낚다』(지혜,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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