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비대한 슬픔 /한상열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0. 22.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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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한 슬픔

 

한상열

 

 

문득,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

뒤돌아보면 차디찬 심장의 보고픈 이 보이지 않아

흐트러진 목소리 모을 수 있다면

허공에 떠도는 환영, 만질 수 있다면

 

슬픔은 점점 뚱뚱해지는데

담담하게 지내라는 공기들의 후덥지근한 말들

 

간절한 게 죄라면 하늘에 심장을 내 걸고 실컷 울겠어

 

나대신 울어주던 비는 간간이 끊어지고

추적거리던 잔비 사이로 그림자를 끌고 온

햇빛의 발목 어디로 갔을까

 

과녁을 뚫던 화살은 꺾이고

허공에 빈 족적만 어지럽게 찍힌 길 잃은 기억

 

염소자리 하나 늘어난 북쪽 하늘을 보며

말없는 말이 벼랑을 기어오를 때

부재라는 단어에 고립된 나,

후회의 부표는 표류를 반복하고

눈물이 떨어지면 멀리 못 간다는 누군가 전언에

마지막 인사 옷깃으로 찍어 내네

 

 

 

―시집『가마우지 달빛을 낚다』(지혜,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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