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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한 슬픔
한상열
문득,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
뒤돌아보면 차디찬 심장의 보고픈 이 보이지 않아
흐트러진 목소리 모을 수 있다면
허공에 떠도는 환영, 만질 수 있다면
슬픔은 점점 뚱뚱해지는데
담담하게 지내라는 공기들의 후덥지근한 말들
간절한 게 죄라면 하늘에 심장을 내 걸고 실컷 울겠어
나대신 울어주던 비는 간간이 끊어지고
추적거리던 잔비 사이로 그림자를 끌고 온
햇빛의 발목 어디로 갔을까
과녁을 뚫던 화살은 꺾이고
허공에 빈 족적만 어지럽게 찍힌 길 잃은 기억
염소자리 하나 늘어난 북쪽 하늘을 보며
말없는 말이 벼랑을 기어오를 때
부재라는 단어에 고립된 나,
후회의 부표는 표류를 반복하고
눈물이 떨어지면 멀리 못 간다는 누군가 전언에
마지막 인사 옷깃으로 찍어 내네
―시집『가마우지 달빛을 낚다』(지혜,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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