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안개는 힘이 세다 /우대식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0. 2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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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는 힘이 세다

 

우대식

 

 

안개 속에서,

사회주의 옹호자가 나온다

조금 있다가 자본주의자가 나온다

안개 속에는 많은 주의자들이 산다

안개 속에서

사회주의자인 체하는 자본주의자가 걸어 나온다

교회주의자인 체하는 완전 자본주의자가 걸어 나온다

안개가 걷히면 자본주의자만 남았다

그게 뭐 대수냐고 누군가 중얼댔다

나는 자본주의는 힘이 세냐고 물었다

자본주의자들은 슬그머니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눈이 쏟아지고 앞을 볼 수 없었다

눈도 자본으로 만들 수 있다고 안개 속에서 히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개는 고맙다

 

 

 

―시집『베두인의 물방울』(여우난골,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