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달빛 밟기 /조정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1. 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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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밟기

 

조정인

 

 

한밤중 잠에서 깼어.

방바닥에 달빛이 소복했어. 손바닥으로 쓸면

뽀얗게 묻어날 것 같았어.

 

달빛을 덮고 강아지 송이는 곤히 잠들었어.

반 뒤집힌 귀를 가만히 펴주었어.

보라색 가느다란 실핏줄들이 지나가는 귀.

작은 앞발도 쥐어보았어.

 

달빛이 희게 내린 동그란 이마에

입술도 얹어보았어.

 

나도 달빛 한 자락 끌어다 덮고 송이 곁에 누워

송이 코고는 소리 듣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어.

 

강아지 잠 속에도 내 잠 속에도

달빛은 내려 쌓여서

 

꿈속의 내가

강아지 꿈속으로 놀러갔어.

우리는 포근포근 달빛을 밟았어.

 

국화꽃무늬 강아지 발자국 내 발자국이

머뭇머뭇 뒤따라왔어.

 

 

 

ㅡ『동시마중』(2021, 9-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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