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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꽃 머슴살이
홍준경
큰누이가 귀동냥해 준 참깨꽃 이야기야.
가진 논밭 한 뙤기 없고 뒷구멍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
살이. 딸린 권속 많은 나이 어린 가장이었던가. 울며 겨자
먹기로 바람처럼 머슴살이 떠날 수밖에. 그런데 말이야, 참
말이지 겨울나무 봄풀하기 보리타작 안 해본 일이 없고,
무논모심기 끝내고 조금은 한가한 계절이 오면 참깨꽃 속
없이 흐드러지는 게야. 이 무렵이면 머슴 밥상에 고봉밥을 줄
이고 찬거리를 하나씩 뺀다는데 왜 그러겠어? 나갈 테면
나가라는 게지. 참으로 미치고 환장할 '갑'의 착취, 지독한
자린고비 수전노였던 것 같아, 그 서러운 보릿고개에...
절반의 새경 받고 얼마나 원망했겠어, 그 참깨꽃을.
ㅡ현대사설시조포럼 앤솔러지『헉!』(고요아침,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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