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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의 왕
이재훈
당신을 떠나는 것이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르는 때.
손목 깊숙이 칼날이 헤집고 들어온 날.
온몸이 뜨거워지다가 갑자기 허기가 몰려왔다.
창밖엔 횃불이 지나간다.
죽어야 산다.
사라져야 기억한다.
좌절의 통로로 세포가 잠긴다.
낸 몸엔 벌써 병이 찾아왔다.
바람은 나무를 돌보고
나무는 새를 돌본다.
몸에서 풍기는 불확실한 냄새.
혼자 법을 먹는다.
숟가락이 밥그릇에 부딪히는 신비의 소리.
오래 생각하면 평안이 온다.
나무보다 성스러운 존재는 없겠지.
두려움이 전쟁을 만든다.
광야에 버려진 염소를 기억한다.
사랑을 지닌 정념의 몸.
언어를 가진 천형의 몸.
당신의 발자국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시집『생물학적인 눈물』(문학동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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