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넙치 /이재훈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1. 2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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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치

 

이재훈

 

 

이른 비가 하늘을 덮는다.

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물의 더미에 몸을 맡긴다.

세상 풍조가 살결에 새겨진다.

 

퍼덕이며 헤엄쳐본다.

수면 바깥의 풍경을 상상한다.

포유류와 호모사피엔스의 세계.

아가미 잃은 어미가 수면에 떠 있다.

 

하늘에 속한 사람은 누구일까.

모든 배후에 바람이 있다.

 

만져야 하고 맡아야 하는 바람이

물속까지 숨을 불어넣는다.

유신론의 시대가 오고 있다.

 

 

 

―시집『생물학적인 눈물』(문학동네,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