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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말랭이
전연희
가을볕 굵게 채친 조선무를 말려낸다
흰 속살 물기 빠져 보송보송 말라가면
꼬들한 시름 몇 줄이 채반 안에 남는다
질긴 명줄 잇듯 두레상을 지켜오던
손부의 손맛이야 어제처럼 맵짜한데
오래 전 소식이 끊긴 먼 안부가 시리다
손가락 굵은 마디 가시처럼 돋는 심줄
서운할 일 없다 해도 이리 식은 가슴에야
켜켜이 버무린 양념 기다림을 섞는다
―『부산시조』(하반기,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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