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무말랭이 /전연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1. 3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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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말랭이

 

전연희

 

 

가을볕 굵게 채친 조선무를 말려낸다

흰 속살 물기 빠져 보송보송 말라가면 

꼬들한 시름 몇 줄이 채반 안에 남는다 

 

질긴 명줄 잇듯 두레상을 지켜오던 

손부의 손맛이야 어제처럼 맵짜한데 

오래 전 소식이 끊긴 먼 안부가 시리다 

 

손가락 굵은 마디 가시처럼 돋는 심줄 

서운할 일 없다 해도 이리 식은 가슴에야 

켜켜이 버무린 양념 기다림을 섞는다 

 

 

 

―『부산시조』(하반기,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