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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지망생 외 1편
신원석
건기를 걸어온 임팔라 한 마리가
물속을 들여다보고만 있다
S자로 뻗은 두 개의 뿔은
점심을 굶고 사 모은 시집 몇 권
제 뿔 그림자에 마음이 찔린 짐승은
비어져나오는 눈물을 강물 위에 떨군다
먹먹한 파동은
펄떡거리는 먹잇감의 입질이 되고 와장창
유리를 깨부수고 나타난 거대한 입이
뿔을 낚아채 간다
야, 알바!
무슨 피시방 알바가 시집이냐
가서 라면이나 끓여 와
형이 나중에 피시방 하나 차려 줄게
아름다운 뿔이
뜨거운 냄비받침으로 드러누울 때에도
뿔을 이고 살기로 한 여린 짐승은
쓰러지는 세계를 뿔 하나로 떠받치는
슈퍼맨 꿈을 꾸었다
뿔이 강물 속으로 몸을 끌고 들어가도
알바는 뿔과 이빨을 바꾸고 싶진 않았다
냄새에 침은 고였어도 라면이
뿔보다 배부르진 않았다
―『모던포엠』(2021.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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