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칠월칠석 /신진련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1. 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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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칠석

 

신진련

 

 

솥에 밥물을 부으며 관세음보살

 

산 반 물 반인 절에서 왔다는 스님

길을 막고 있는 큰 바위를 치우려면

칠월칠석까지

집 안의 누런색은 잠시 부처님께 맡겨야 한다는 말에

흰죽거리마저 내어주고

밀가루 한 포대로 스무하루를 관세음보살

 

스님 다시 오신다는 날

치댄 반죽 홍두깨로 밀며

둥글게 펴지던 엄마

 

애호박 반달반달 썰고

붉은 고추 손가락 아리도록 다지며 관세음보살

 

멸치국물 끓는 소리

목탁 두드리는 소리로 들리는데

스님은 언제 오시나

 

지루한 하루처럼 육수는 땡중땡중 졸여지는데

마른 면에 칼자국 선명한

소금 간 하지 않아도 짜기만 한 칠월칠석

 

빌어먹을 관세음보살

 

 

 

―『시와소슴』(2021,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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