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무덤은 왜 아름다운가 /전금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2. 2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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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은 왜 아름다운가

 

전금례

 

 

세상에 왔다가는 무덤을 만지는 오후다

사진사는 마음이 표정을 가둔다고 했다

 

애도란 굳어버린 얼굴을 푸는 걸까

나는 햇볕을 피해 나무 속으로 들어왔다

당신은

작년에 날아간 새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사는 장지로 가는 길을 찍는다

입꼬리 웃음도 슬쩍 올라간다 기형이다

모기가 손등에 내려앉아 피를 빨아도

나는 밤에 춥지 않겠는지

언덕 내려갈 때 발 헛디디지 말라는 말을

주고받고 있었나 보다

갑자기 몸이 가렵다

우두커니 사진사는 구두에 달라붙은 흙을 떼어내며

길 위의 얼굴을 찍는다

죽은 자에게만 붙지 않은 흙이 붉었다

세상에 왔다가는 무덤 앞에서

아직 오후 속에서 빠져나오는 사람이 있다고

플래시가 먼저 빛을 낸다

 

무덤은 왜 아름다운가,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시와소금』(2022,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