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뒷배 /황명자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2. 2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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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배

 

황명자

 

 

산동네 지나가는데 하심사(下心寺)란
절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무조건 마음을 내려놔야 한다고 누군가
농담 삼아 내뱉는다
꽃들 지천이어도 이름 없이 그냥 꽃이라는
산골 사람 보았다 꽃이 예쁘면 그만이지
이름 알아 뭐하랴
따지고 보니 사람처럼 호적에 올릴 것도 아닌데
이름 안들 머릿속 복잡한 일 하나 더 늘어날 뿐이다
이름 없는 개도 주인만 졸졸 잘 따른다
뒷배가 든든해야 세상살이 편하다고
뉴스에선 오만상 개구신을 떨어쌓는데
무심한 삶 같지만 복장 편한 그들,
습의 잣대로 보면 답답하겠지만
나름대로 뒷배가 든든하다
생면부지 삶들과 공생 공존하는
그들의 뒷배는 바로 하심이다

 

 

 

―시집『당분간』(‘詩와에세이,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