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핏줄의 무게 /김필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2. 2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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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줄의 무게

 

김필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짚으로 왼새끼 꼬아

빨간 고추와 숯, 흰 헝겊 섞어 끼운

금줄을 친다

 

할머니의 할머니가 그랬듯이

정성스레 삼신상 차려놓고

두 손 모아 삼신할미에게

빌고 또 빈다

 

-젖 잘 먹고 젖 흥하게 점지해서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긴 명을 서리 담고, 짧은 명은 이어대서 수명 장수하게 점지하고, 장마 때 물 붇듯이 초생달에 달 붇듯이 아무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게 해주십시오-

 

손주들 태어날 때마다

간절한 마음 담아 금줄을 치고 삼신상을 차리는

조부모의 기도

 

대대손손 이어질

핏줄의 무게 앞에

더욱 낮아지고 겸손해진다

 

 

 

ㅡ시집『호수는 늘 하늘을 품고 살아도』(한빛,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