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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줄의 무게
김필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짚으로 왼새끼 꼬아
빨간 고추와 숯, 흰 헝겊 섞어 끼운
금줄을 친다
할머니의 할머니가 그랬듯이
정성스레 삼신상 차려놓고
두 손 모아 삼신할미에게
빌고 또 빈다
-젖 잘 먹고 젖 흥하게 점지해서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긴 명을 서리 담고, 짧은 명은 이어대서 수명 장수하게 점지하고, 장마 때 물 붇듯이 초생달에 달 붇듯이 아무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게 해주십시오-
손주들 태어날 때마다
간절한 마음 담아 금줄을 치고 삼신상을 차리는
조부모의 기도
대대손손 이어질
핏줄의 무게 앞에
더욱 낮아지고 겸손해진다
ㅡ시집『호수는 늘 하늘을 품고 살아도』(한빛,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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