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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마당을 쓴다
김필녀
새벽마다
어슴푸레 들려오던
아버지의 고른 비질 소리
어머니의 태안에서부터 듣던 자장가였다
어둑한 저녁이 오면
동네 어르신들이 모인 사랑방에서
낭랑하게 들려오던 책 읽는 소리
시를 쓰는 디딤돌이 되었다
일정한 리듬을 타고 들리던
싸라락 싸라락, 싸리비 소리
운율에 맞추어 흥겹게 낭송하시던
심청전 흥부전 옥단춘전
내 안에 더께 진 먼지 쓸어내듯
어설픈 몸짓으로
나는 매일 마당을 쓸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ㅡ시집『호수는 늘 하늘을 품고 살아도』(한빛,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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