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흔들리는 갈대 /김필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2. 2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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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갈대

 

김필녀

 

 

시답잖다고 생각했다

달빛에도 기울고

스치는 바람에도 흔들리며

기침 소리에도 꺾이는

오래 흔들리다가 키만 훌쩍 커 버린

속없는 목숨이라고 생각했다

 

은빛 날 한 번 세워 보지 못하고

허구한 날 바람 끌어안고

바람과 쓰러지며

속절없이 춤만 추는

춤추다가 시간만 버린

보람 없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핏빛 투명하던 날

그렇게 흔들리던 너를 보며

옹골차게 날 세우며 살아왔는데

등 굽은 시간들이 바람에 쓸리어

내 삶의 뜨락에도 소리 없이 쌓여갈 때

무겁게 흔들리고 있음을 알았다

 

꺾일 수 없어 속없이 휘어지며

홀로 깊어진 속울음

발목까지 차오르는 서러운 몸짓으로

나도 너를 닮아 가는가?

스치는 바람에도 흔들리며 울음 우는

흔들리는 갈대였다

 

 

 

ㅡ시집『호수는 늘 하늘을 품고 살아도』(한빛,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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