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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갈대
김필녀
시답잖다고 생각했다
달빛에도 기울고
스치는 바람에도 흔들리며
기침 소리에도 꺾이는
오래 흔들리다가 키만 훌쩍 커 버린
속없는 목숨이라고 생각했다
은빛 날 한 번 세워 보지 못하고
허구한 날 바람 끌어안고
바람과 쓰러지며
속절없이 춤만 추는
춤추다가 시간만 버린
보람 없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핏빛 투명하던 날
그렇게 흔들리던 너를 보며
옹골차게 날 세우며 살아왔는데
등 굽은 시간들이 바람에 쓸리어
내 삶의 뜨락에도 소리 없이 쌓여갈 때
무겁게 흔들리고 있음을 알았다
꺾일 수 없어 속없이 휘어지며
홀로 깊어진 속울음
발목까지 차오르는 서러운 몸짓으로
나도 너를 닮아 가는가?
스치는 바람에도 흔들리며 울음 우는
흔들리는 갈대였다
ㅡ시집『호수는 늘 하늘을 품고 살아도』(한빛,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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