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블랙 아이스 /황명자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2. 2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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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이스

 

황명자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다 어디 숨었지? 말들의 거처가 궁금하기도 하고 포기와 단절감을 동시에 겪느라 파김치가 된 몸을 탓한다

  건강이 문제야, 아프니까 되는 일이 없잖아,

  완성하려고 할 때마다 몰려드는 통증 탓에 미완성으로 남는 시편들, 붙들고 있어 봤자 머리만 아파 화분에 물이나 줘야겠다 싶어 물주기를 검색하는데 일조량과 바람 소통량에 따라 물주는 시기가 다르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그러고 보니 주기적으로 꼬박꼬박 물을 먹은 화분들은 하나둘 죽어 나가고 무관심에 몸 맡긴 다육이는 빳빳한 몸을 지탱하고 있다

  그렇구나, 쓴다고 다 시가 되는 게 아니듯이 고통의 순간들이 흐르고 흘러 블랙 아이스처럼 복병으로 숨었다가 한 편의 시가   완성되는 거라 믿어볼까 

 그렇게 머리 싸맬 일은 아니지

 시도 통증도 내버려 둬 보는 거야

 

 

―시집『당분간』(‘詩와에세이,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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