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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황명자
아침에 요양병원 면회 가서 보니
두 손 발목이 묶여 있다
제발 풀어 달라고 풀어만 주면
천만 원 줄게요, 간절한 목소리가
병실 밖까지 울려온다 장난스레
할매 돈 있나,
묻고는 깔깔대는 간병인 따귀를 갈기고 싶은 걸
겨우 참고 미운 놈 떡 주듯 잘 봐달라
먹을 거 한 보따리 챙겨주곤
묶인 손목 발목 얼른 풀어주고
맘도 풀어주려고
걱정마라 내 왔다, 하니
니 누꼬?
묻는데 차마
엄마 딸!
할 수 없어 펑펑 울었다 딸이 어떻게
엄마 묶는 걸 보고만 있냐고
죽어서도 원망할 거 같았다
맘에 바윗덩이 안고 살 거 같았다
집에 가자, 얼른 집에 가자,
도둑 보쌈하듯 데리고 나왔더랬다
이래 가실 줄 알았으면 안 그랬지
변명만 가득한 못된 딸이라고
원망만큼 봉분도 시퍼렇게 뜬 눈처럼 푸르다
―시집『당분간』(‘詩와에세이,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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