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산소 /황명자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2. 2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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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황명자

 

 

아침에 요양병원 면회 가서 보니

두 손 발목이 묶여 있다

제발 풀어 달라고 풀어만 주면

천만 원 줄게요, 간절한 목소리가

병실 밖까지 울려온다 장난스레

할매 돈 있나,

묻고는 깔깔대는 간병인 따귀를 갈기고 싶은 걸

겨우 참고 미운 놈 떡 주듯 잘 봐달라

먹을 거 한 보따리 챙겨주곤

묶인 손목 발목 얼른 풀어주고

맘도 풀어주려고

걱정마라 내 왔다, 하니

니 누꼬?

묻는데 차마

엄마 딸!

할 수 없어 펑펑 울었다 딸이 어떻게

엄마 묶는 걸 보고만 있냐고

죽어서도 원망할 거 같았다

맘에 바윗덩이 안고 살 거 같았다

집에 가자, 얼른 집에 가자,

도둑 보쌈하듯 데리고 나왔더랬다

 

이래 가실 줄 알았으면 안 그랬지

변명만 가득한 못된 딸이라고

원망만큼 봉분도 시퍼렇게 뜬 눈처럼 푸르다

 

 

 

―시집『당분간』(‘詩와에세이,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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