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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까짓 거, 참
박봉준
한날한시에 죽지 못한다면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 남자가 먼저 가야 한다는
아내의 논리가 섭섭하기는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아내가 딸네 집에 가서 며칠째 오지 않고 잘 살고 있느냐고 전화했기에 아주 잘 살고 있다고 무심코 대답 했더니 그럼 어디 한번 잘 살아 보라고 한다
그까짓 거 전화 한 통화 때리면 배달의 민족 달려오고 핸드폰만 있으면 온종일 깨가 쏟아지는 세상
그까짓 거 홀아비 친구들도 혼자서 사는데 왜 못 살겠느냐마는 생각해 보니 내가 한 번쯤 그 친구들이 꾹꾹 눈물을 가둬놓은 호수의 바닥들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없다
며칠 딸네 집에 간 아내를 기다리는
아지랑이 같은 봄날 허허
―시집『단 한 번을 위한 변명』(상상인.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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