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삼월이 지나는 강둑에서 /박정화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3. 2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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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이 지나는 강둑에서

 

박정화

 

 

면경 같은 햇살이 살얼음을 만지는 강가에

속앓이처럼 뾰족한 입술을 내미는 버들

겨울을 밀어내느라 힘이 드나 봅니다

 

따뜻한 사람들의 심성처럼

시장기 같은 그리움이 내려앉는 물 위에

노을이 기어와 불을 붙이면

바람은 잠시 멈추어 서고

건너편 강둑에서 봄이 걸어와 내 곁에 섭니다

 

제 식구들 보듬어 안고 몸을 트는 샛강에

가물한 기억 같은 물주름이 일면

내 안에 들어선 티눈 같은 통증을

물수제비에 얹어 던져 봅니다

 

아궁이에 남은 재 냄새를 따라

돌아가기엔

아직 낙조가 너무 붉습니다

 

나무껍질 속으로 달큰한 물길이 흐르는 삼월

강은 긴 봄날처럼 아득한데

 

어디쯤 갔을까요

꽃이 되기 위해 흘러간 어머니는

 

 

 

―시집『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갈 거야』(문학과사람,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