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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이 지나는 강둑에서
박정화
면경 같은 햇살이 살얼음을 만지는 강가에
속앓이처럼 뾰족한 입술을 내미는 버들
겨울을 밀어내느라 힘이 드나 봅니다
따뜻한 사람들의 심성처럼
시장기 같은 그리움이 내려앉는 물 위에
노을이 기어와 불을 붙이면
바람은 잠시 멈추어 서고
건너편 강둑에서 봄이 걸어와 내 곁에 섭니다
제 식구들 보듬어 안고 몸을 트는 샛강에
가물한 기억 같은 물주름이 일면
내 안에 들어선 티눈 같은 통증을
물수제비에 얹어 던져 봅니다
아궁이에 남은 재 냄새를 따라
돌아가기엔
아직 낙조가 너무 붉습니다
나무껍질 속으로 달큰한 물길이 흐르는 삼월
강은 긴 봄날처럼 아득한데
어디쯤 갔을까요
꽃이 되기 위해 흘러간 어머니는
―시집『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갈 거야』(문학과사람,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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