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별을 팝니다
이성임
저리 쉽게 별을 구워낼 수 있다니
문방구 앞 달고나 장사
세상, 연고라고는 엉덩이 붙여놓은 자리뿐인 여자가
오글오글 모여 있는 햇살 끌어안고
온종일 별을 찍어내고 있다
설탕 한 스푼, 소다 찔끔 섞어 잘 저으면
양은 국자 안에서 흠실흠실 몸을 바꾸는 여자의 꿈
동네 아이들을 불러모은다
별 하나씩 쥐고 쪼그리고 앉아 꿈을 빚는 꼬마 녀석들
비집고 앉아 바늘 끝에 침을 살살 발라 계곡을 따라가면
알퐁스 도데의 별 하늘이 열리고 은하철도 999가 달린다
별을 다듬는 사이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여자의 머리 위로 일제히 쏟아지는 미리내 양 떼
식어버린 별을 앞에 놓고 그녀가 졸고 있다
―시집『나무가 몸을 열다』(현대시학시인선, 2022)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물 2 /김성규 (0) | 2022.04.23 |
---|---|
개복숭 /아이성 (0) | 2022.04.14 |
물먹는 하마 /송희복 (0) | 2022.04.14 |
옥수수 껍질을 벗기며 /송희옥 (0) | 2022.04.14 |
오랜 벗에게서 /류흔 (0) | 2022.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