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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먹는 하마
송희
복수腹水 가득 찬 하마가 쓰레기통 속에 꼬꾸라져 있다
사촌들인지 모양새가 비슷하다
빨강 고무장갑이 수거함에 처박힌 하마들을 정리한다
이놈들은 미리 다 게우고 왔네
샅샅이 뒤지다 뒤통수를 내리친다
컥 남은 오물을 토해 낸다
뱃구레도 작고만 뭘 처먹겠다고 잠입을 해 허기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놈 어딨어요 이게 전부라구요
혼자 한 짓이라니까요
어느 집이나 하마 한 마리씩 키우는 건 다 알아 임마
새끼 하마를 분양받아 그 집 장롱 속에 침투시켰다
양복 주머니랑 베갯머리 눅눅한 낌새를
개구리가 벌레 채듯 낚는다 해서 시도한 것이다
하마에게는 물관이 있다
곰팡이 좀벌레 박쥐 아지트까지 매설되었다
신속하게 끝내야 할 텐데 하필 계속 폭염이다
이러다간 결정적 악취를 뽑아내지 못한다
어린놈을 보냈더니 쉽게 쫓겨났다
물만 먹었다
―시집『고래 심줄을 당겨 봤니』(천년의시작,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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