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물먹는 하마 /송희복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4. 1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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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먹는 하마

 

송희

 

 

복수腹水 가득 찬 하마가 쓰레기통 속에 꼬꾸라져 있다

사촌들인지 모양새가 비슷하다

빨강 고무장갑이 수거함에 처박힌 하마들을 정리한다

이놈들은 미리 다 게우고 왔네

샅샅이 뒤지다 뒤통수를 내리친다

컥 남은 오물을 토해 낸다

뱃구레도 작고만 뭘 처먹겠다고 잠입을 해 허기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놈 어딨어요 이게 전부라구요

혼자 한 짓이라니까요

어느 집이나 하마 한 마리씩 키우는 건 다 알아 임마

 

새끼 하마를 분양받아 그 집 장롱 속에 침투시켰다

양복 주머니랑 베갯머리 눅눅한 낌새를

개구리가 벌레 채듯 낚는다 해서 시도한 것이다

하마에게는 물관이 있다

곰팡이 좀벌레 박쥐 아지트까지 매설되었다

신속하게 끝내야 할 텐데 하필 계속 폭염이다

이러다간 결정적 악취를 뽑아내지 못한다

어린놈을 보냈더니 쉽게 쫓겨났다

물만 먹었다

 

 

 

―시집『고래 심줄을 당겨 봤니』(천년의시작,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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